중국발 불장이 옵니까?

지난해 말 경기 전망 때는 유독 ‘상저하고’ 전망이 많았습니다. 이런 전망이 나온 데는 중국 경제가 살아나며 글로벌 경제를 이끌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습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중국 경제가 오히려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은행도 지난 5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1.6%)보다 0.2%포인트 낮추며 “IT와 반도체 경기 회복이 연기되고, 중국 경제 회복 속도가 생각보다 느렸다”(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중국 경제의 현 주소는 구매관리자지수(PMI)를 통해서도 확인이 가능합니다. 5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財新)이 발표한 6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 지수(PMI)는 53.9로 전월 57.1보다 3.2 포인트 하락했습니다. PMI는 기업의 구매 담당자를 대상으로 신규 주문과 생산 등에 대해 설문 조사한 뒤 이를 지수화한 것입니다. PMI는 50을 기준으로 경기 확장과 수축으로 나뉩니다. PMI가 50을 넘은 만큼 경기 확장 국면을 나타내지만, 리오프닝 효과 등을 감안하면 낙관적인 수치는 아닙니다. 지난 1월(52.9)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이기도 합니다. 왕저 차이신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리오프닝 이후 서비스업이 반등했지만 회복세는 약해지고 있다”며 “고용이 위축되고 디플레이션 압박이 가중되면서 제조업에 대한 낙관론도 약해졌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실제 중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습니다. PMI에서 보듯이 ‘보복소비’ 효과도 희미해진 상황입니다. 리오프닝을 하면 여행과 외식 등 서비스업에 대한 수요가 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입니다. 중국의 국내 여행 지출의 경우 코로나19 이전보다 오히려 낮아진 상황이라고 합니다. 중국인들의 소비가 줄어든 이유는 경제에 대한 자신감 결여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청년 실업률 증가와 어두운 경기 전망으로 지갑을 닫고 있다는 게 문제인데요. 중국의 청년 실업률(16~24세)인데은 20.8%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중국 경제가 부진한 이유를 보면 부동산 경기 부진, 높은 청년 실업률, 수출 감소, 빚으로 가득찬 지방 정부 등이 꼽힙니다. 하나 같이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예컨대 부동산만 보더라도 부진이 심각합니다. 올해 1~5월 사이 중국의 대출이 13%가 감소하는 등 신규 대출 수요가 뚝끊긴 상황입니다. 더 이상 주택 구입을 위해 대출을 내지 않다는 건데요. 블룸버그에 따르면 항저우 주택 가격은 2021년 말 정점 대비 30%까지 하락했다고 합니다.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도 내려가고 있습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6월 이후 주요 9개 투자은행들은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하향했습니다. 골드만삭스(6.0→5.4%), JP모건(5.9→5.5%), 씨티(6.1→5.3%), HSBC(6.3→5.3%) 등입니다. 5%면 높지 않냐는 의견도 있겠지만, 코로나19 봉쇄정책으로 인해 경제가 멈췄던 2022년의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실제 성장률은 3% 수준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매년 5%이상의 성장을 해온 중국 입장에서는 난감한 수치입니다.

 

경제 상황이 좋지 못하다 보니 증시도 지지부진한 상황입니다. 국제금융센터는 5일 ‘중국 주식시장의 부진 배경 및 전망’ 보고서를 내놨는데요. 중국 증시 부진 원인으로 ▶성장 정점 통과 ▶위안화 약세 ▶지정학적 갈등 심화 ▶부동산 시장 부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외국인 자금 유출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올해 1월에는 외국인이 1413억 위안을 순매수했지만 4월(-46억 위안), 5월(-121억 위안) 등 외국인 투자 자금의 유출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중국 경제에 희망은 있을까요. 희망을 건 이들의 대부분은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부동산 경기 활성화와 인프라 투자로 인위적으로 경제를 밀어 올리는 방법입니다. 다만 이런 희망은 반대로 중국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인구감소와 정부 부채, 부동산 투기 억제 등을 고려했을 대 인프라 투자를 늘리는 방식의 경기 부양이 과거보다 쉽지 않다는 이유인데요. 게다가 중국 정부가 지난 3월 밝힌 GDP 성장률 목표치는 약 5% 수준으로 상당히 보수적으로 잡은 상황입니다. 장즈웨이 핀포인트 자산운용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공격적인 정책 부양책을 내놓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며 “정부가 당분간 관망의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중국 경제의 결론이 어떻든 간에 한 가지 확실한 건 있습니다. 올해 하반기 글로벌 증시와 경제 흐름을 결정할 주요 변수가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과 중국의 경제 상황이라는 겁니다. 특히 관심을 모으는 건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비공개 회의인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가 열리는 7월~8월 이후 추가 금리 인하와 함께 소비 진작책이 나오는지 여부입니다. 국제금융센터도 중국의 하반기 주가 흐름에 대해 “하반기에도 중국 주식시장의 부진 요인이 이어지면서 주가의 강세 전환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나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모멘텀에 대한 기대가 증시반등을 이끌 가능성이 있다"라고 밝혔는데요. 결국 미우나 고우나 투자자라면 중국 정부의 입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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